카이스트 MBA때 혼자 수제맥주 터득
수제맥주 회사 만들고
콤부차 음료로 두번째 창업

식품 산업에도 괜찮은 스타트업이 출현하고 있다. 대학 기숙사에서 맥주 만들다 쫓겨날 뻔한 발효광(狂). 기어이 맥주로 성공하더니 미국에서 히트친 ‘콤부차’로 또 한 방을 노린다. ‘부루구루’ 박상재 대표를 만났다. 

◇콤부차? 콤부로 만든 차?
   
부루구루는 brewing(양조)을 잘하는 guru(도사)란 뜻이다. 주력품목은 콤부차. 콤부로 만든 차가 아니다. 콤부차(kombucha) 그 자체로 하나의 단어다. 녹차나 홍차를 우려낸 뒤 유기농 사탕수수와 몸에 좋은 유익균(유산균 같은 프로바이오틱스)을 넣어 발효시킨 음료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탄산과 신맛이 특징이다. “잔에 따르면 맥주 같은 거품이 납니다. 색깔도 맥주 같구요. 그러면서 알코올은 없는데, 상징적인 맛은 청량감입니다. 홍초를 탄산수에 탄 것 같은? 햄버거나 치킨 먹을 때 콜라 대신 즐기면 좋습니다. 톡쏘는 신맛에 처음엔 거부감을 갖기도 하는데, 마시다 보면 계속 찾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콤부차의 기원은 고대 중국이다. 진시황이 즐긴 것으로 전해진다. 요즘 유행은 미국에서 주도하고 있다. 미란다 커, 아만다 사이프리드, 레이디 가가 등 헐리우드 연예인들이 몸매 관리를 위해 마시면서 전세계로 유행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 시장 규모는 작년 1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다만 우리는 아직 낯설다. 제조기업도 몇 되지 않는다. 부루구루(http://bit.ly/2QJgyhB)가 그중 하나다.
   
◇미칠듯 빠져든 수제맥주의 매력
   
콤부차는 맥주 만드는 것과 제조공정이 비슷하다. 수제 맥주 만들던 콤부차 기술자가 많다. 박상재 대표도 마찬가지다.
   
카이스트 MBA에 다닐 때 맥주 만들기 푹 빠졌다. 여자친구가 시작이었다. “여자친구 감동시켜 줄 묘안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유통론' 수업에서 오비맥주 견학을 가는 거에요. '내가 맥주 만들어서 선물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자친구가 맥주광이었거든요.”
   
수재맥주 기계와 기본 원료를 사서 공부에 들어갔다. 반은 장난으로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재밌었다. 금세 빠져 들었다.

-본인도 맥주를 좋아했나보죠?
“아뇨. 다른 술은 즐기는데 맥주는 별로에요. 그런데 만드는 건 재밌더라구요. 제가 생각해도 희한합니다.”

-맥주를 좋아해야 잘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맥주가 싫으니까 마실 때마다 단점이 느껴졌습니다. 그걸 잡기 위해 어떤 개선을 하면, 곧 다른 단점이 느껴지고. 그럼 또 그걸 개선하고. 그러다보니 맥주 만드는 실력이 금세 늘었습니다. 이게 재밌었나봐요. 미친듯이 빠져들었습니다. 반대로 제가 맥주를 좋아했다면 어떤 맛이건 좋게 느껴졌을테고, 실력이 금방은 늘지 않았을 겁니다.”
   
-가르쳐 주는 사람은 있었나요.
“인터넷에서 배웠습니다. 유튜브 동영상도 보구요. 블로그 같은 데 올라온 레시피도 연구했습니다.”
   
맥주 만드느라 기숙사 쫓겨날 뻔한 적도 있다. “연구실이나 기숙사 빈 공간을 이용해서 수제맥주 기계를 돌렸는데요. 수시로 차단기가 내려가는 거에요. 알고 보니 수제맥주 기계가 높은 전압을 필요로 했습니다. 결국 시설관리팀 아저씨에게 걸려서 쫓겨날 뻔도 하고, 학교에서 거의 미친놈으로 통했습니다. 자나깨나 맥주 생각 뿐이었습니다. 밥 먹다가도 맥주 생각하고. 수업 중 노트북으로 맥주 만드는 자료 찾다가 수업 분위기 흐린다고 교수님께 혼난 적도 있습니다. 학교에 못할 짓 참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번 돈으로 학교 기부도 했으니 나름 빚은 갚은 셈입니다.”
   
-그때 여자친구는요.
“제가 맥주에 너무 빠져들었는지.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아쉽진 않습니다. 맥주 가공 실력이 남았으니까요.”

◇수제맥주 회사 창업